잃어버린 분이 가져가세요
잃어버린 분이 가져가세요
최병우
소형차도 겨우 비껴가는
구불구불한 시골의 좁은 신작로
입원중인 아내 면회하러
이른 새벽에 차를 몰고 나섰다.
길바닥에 무언가 떨어져있어
내려 살펴보니
콤바인으로 벼를 탈곡하여 가득 담은
매상자루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차 트렁크를 열고 황급히 실은 후
두근거림을 참고 운전하였다.
이틀이 지났다.
분주함 때문에 모두 잊고 평온했다.
그러나 무심결에 트렁크를 열어본 순간
멈췄던 두근거림이 다시 찾아왔다.
매상자루를 꺼내 창고로 옮기려 했지만
그러나 양심이 찔렸다.
누군가 애써 농사짓고 수확하여
트랙터에 싣고 가다 떨어뜨린 것 아닌가.
농부는
많은 것 중 하나라서 잃어버린 것조차 모를 테지만
내 자신 순간 욕심으로 눈이 어두워진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못나 보였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돌려주리라.
생각 끝에 묘안을 떠올렸다.
두꺼운 종이에 큰 글씨로 썼다.
‘이곳에서 잃어버린 분이 가져가세요’라고
저녁 어두울 때 까지 기다렸다가
바로 그 길옆에
눈에 잘 띄게 사과상자 바쳐
매상자루와 글씨까지 올려놓았다.
이튿날 낮에 병원엘 또 가다가
사과상자만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무척 기뻤다.
이틀 동안 속 끓이다 드러낸
어설픈 되돌림이었지만
무거운 마음이 가볍게 변하여
조용한 행복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