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상
아침밥상
최병우
내가 열한 살 무렵 우리 집 식구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수, 누이, 나
모두 여섯이었고 넷은 안 계셨다.
누님 둘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가하셨고
맏형님은 오래전 육이오 전쟁 때 의용군에 끌려가 소식 없고
새신랑 둘 째 형님은 군인이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안방에서 자꾸 불러 가보면 언제나 내가 꼴찌였다.
따뜻한 아랫목엔
할머니와 아버지가 겸상하여 진지 드셨고
어머니 형수 누이는 방바닥에 상도 없이
밥그릇 그냥 놓고 잡수셨다.
“뭘 하고 이제 오냐”며 야단치시는 어머니는
“어서 와서 먹어라”는 할머니의 다정한 소리에
아무 말도 못하셨다.
나는 제일 아랫목 할머니와 아버지의 겸상 옆
밥주발 국그릇 놓인 내 자리에 앉았다.
상위에는 쌀밥과 생선조림, 계란찜도 있다.
할머니 때문에 어머니가 차려 놓았는데
할머니는 아버지도 제쳐 놓으시고
내 숟가락에 생선을 가시 발라 놓아주셨다.
한참 배불리 먹고
제일 먼저 철없이 일어설 때면
할머니는 남은 반찬을
방바닥에서 잡수시는 어머니에게 건네 주셨다.
거기엔 보리밥과 누룽지 밥 그리고 김치가 고작이었다.
시어머니를 공경하셨던 어머니
나를 끔찍이 사랑하셨던 할머니
할머니에게 내리사랑을 물려받으셨던 아버지
아! 왜 이리 철이 없었을까!
응석만 부렸던 진한 아쉬움이
이젠 할머니 나이와 같은 나에게 추억이 되어
그리움과 존경으로 쏟아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