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초년))

아침밥상

시육지 2017. 7. 16. 15:43



아침밥상

    

                            최병우

  

내가 열한 살 무렵 우리 집 식구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수, 누이,

모두 여섯이었고 넷은 안 계셨다.

 

누님 둘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가하셨고

맏형님은 오래전 육이오 전쟁 때 의용군에 끌려가 소식 없고

새신랑 둘 째 형님은 군인이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안방에서 자꾸 불러 가보면 언제나 내가 꼴찌였다.

따뜻한 아랫목엔

할머니와 아버지가 겸상하여 진지 드셨고

어머니 형수 누이는 방바닥에 상도 없이

밥그릇 그냥 놓고 잡수셨다.

 

뭘 하고 이제 오냐며 야단치시는 어머니는

어서 와서 먹어라는 할머니의 다정한 소리에

아무 말도 못하셨다.

나는 제일 아랫목 할머니와 아버지의 겸상 옆

밥주발 국그릇 놓인 내 자리에 앉았다.

 

상위에는 쌀밥과 생선조림, 계란찜도 있다.

할머니 때문에 어머니가 차려 놓았는데

할머니는 아버지도 제쳐 놓으시고

내 숟가락에 생선을 가시 발라 놓아주셨다.

 

한참 배불리 먹고

제일 먼저 철없이 일어설 때면

할머니는 남은 반찬을

방바닥에서 잡수시는 어머니에게 건네 주셨다.

거기엔 보리밥과 누룽지 밥 그리고 김치가 고작이었다.

 

시어머니를 공경하셨던 어머니

나를 끔찍이 사랑하셨던 할머니

할머니에게 내리사랑을 물려받으셨던 아버지

 

! 왜 이리 철이 없었을까!

응석만 부렸던 진한 아쉬움이

이젠 할머니 나이와 같은 나에게 추억이 되어

그리움과 존경으로 쏟아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