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등굣길
늦겨울 등굣길
최병우
외양간 송아지 등허리엔
덕석이 아직 덮여 있는데
겨울방학은 소리도 없이 끝나버렸다.
벌써 며칠째
초등학교 일학년 책 보따리를
양어깨 사이에 둘러 동여매고
학교에 다녔다.
신작로로 돌아가도 시간은 넉넉한데
괜히 논밭들 사이 지름길로 들어섰다.
눈 얇게 쌓인 밭을 지나 실 논배미에 이르러
구불구불한 논두렁 따라가기 싫어
논을 가로질러 가려고 조심조심 들어섰다.
늦겨울 살얼음판
설마 하며 조금 걸으니
지지직 소리와 함께 얼음이 깨져버렸다.
두 발을 재빠르게 옮겨봤지만
깨진 얼음 밑으로 빠지고 말았다.
무릎까지 빠져 발을 빼니
고무신과 헝겊 덧대어 기운 양말은 질흙 속에 박혔고
맨발만 뽑혀 나와 시리고 따가웠다.
집 떠나 학교 올 때 어머니가
투정 부리는 나를 토닥거리며
신겨주신 양말이고
부뚜막에서 데워주신 고무신 인데
못 꺼내면 어쩌나 조바심 났다.
벙어리장갑 벗어 입에 물고
흙탕 얼음물 속 더듬어 간신히 건져
양말과 고무신 양손에 들고
어기적대고 걸어 나와
묻은 흙을 눈으로 씻어냈다.
맨발에 고무신을 신으니
너무 추워 덜덜 떨며
난로가 있을 학교 교실을 향해 뛰었다.
조개탄 난롯가엔
누가 먼저 걸어놓았는지 젖은 양말 두 켤레가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었다.
책 보따리 풀어
내 자리 나무마루 바닥에 놓은 후
난롯가에 나란히 양말 걸어놓고
젖은 발, 젖은 바지 비벼가며
말리고 또 말렸다.
오늘도
공부 마치고 집에 가면
칭찬받긴 또 틀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