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초년))

집으로 가는 길

시육지 2017. 10. 29. 07:25

 

                


집으로 가는 길

 

                                      최병우

 

중학시절

따뜻한 봄날 토요일이면

고향집 갈 생각에 등굣길도 가벼웠다.

 

오전 공부 마치면 자취방에 가방 두고

빈 쌀자루를 꿰어 찼다.

빠른 시외버스 제쳐두고 차비 아끼려

수원에서 정남까지 오십 리 길을

여럿이 재잘거리며 걸어갔다.

 

수원시내 벗어나 비행장에 이르면

삼십분도 넘게 구경했다.

이륙하는 몸체 큰 전투기 F-86

귀를 틀어막으면서도 호기심에 시선은 떨어질 줄 몰랐다.

아이들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대하고 발길을 옮겼다.

 

국도 제쳐놓고 황계동 지름길 논두렁을 외줄로 가다가

잘 못 들어 되돌아설 땐

앞 길잡이 녀석에게 밉지 않은 욕설을 퍼부어댔다.

 

돌고지 동네 앞을 지날 때면 으스스 마음 졸이며

모두들 조용히 걸어갔다.

깡패들 많다는 소문 때문에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다리아파 주저앉고 싶은 것 참고 걷노라면

산모퉁이를 돌아 정남 땅에 들어섰고

신작로 저 멀리 면소재지가 보여

시합하듯 잰 걸음하면 등허리엔 땀범벅이 되었다.

 

소재지에는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달걀로 처음 사탕 사먹던 가게가 그대로 있다.

그 때 일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하다.

이제는 거의 다 왔다. 산 너머 이십 분 거리에 내 집이 있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나를 보면 반겨주시겠지? 어떻게 인사할까?

잰 걸음으로 산언덕을 단숨에 넘었다.

 

동네 가운데 우리 초가집이 보인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그냥 엄마하고 외쳤다.

그러면 어머니는 반가시며 안아주셨다.

 

이튿날 오후 집안일 돕다가

빈 자루에 쌀 두말 담아 주면

양어깨에 짊어 메고 소재지까지 걸어 나와

만원 시외버스 타고 수원 종로 종점에 내려

영화동 자취방까지 걸어왔다.

 

내일 학교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