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최병우
중학시절
따뜻한 봄날 토요일이면
고향집 갈 생각에 등굣길도 가벼웠다.
오전 공부 마치면 자취방에 가방 두고
빈 쌀자루를 꿰어 찼다.
빠른 시외버스 제쳐두고 차비 아끼려
수원에서 정남까지 오십 리 길을
여럿이 재잘거리며 걸어갔다.
수원시내 벗어나 비행장에 이르면
삼십분도 넘게 구경했다.
이륙하는 몸체 큰 전투기 F-86
귀를 틀어막으면서도 호기심에 시선은 떨어질 줄 몰랐다.
아이들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대하고 발길을 옮겼다.
국도 제쳐놓고 황계동 지름길 논두렁을 외줄로 가다가
잘 못 들어 되돌아설 땐
앞 길잡이 녀석에게 밉지 않은 욕설을 퍼부어댔다.
돌고지 동네 앞을 지날 때면 으스스 마음 졸이며
모두들 조용히 걸어갔다.
깡패들 많다는 소문 때문에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다리아파 주저앉고 싶은 것 참고 걷노라면
산모퉁이를 돌아 정남 땅에 들어섰고
신작로 저 멀리 면소재지가 보여
시합하듯 잰 걸음하면 등허리엔 땀범벅이 되었다.
소재지에는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달걀로 처음 사탕 사먹던 가게가 그대로 있다.
그 때 일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하다.
이제는 거의 다 왔다. 산 너머 이십 분 거리에 내 집이 있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나를 보면 반겨주시겠지? 어떻게 인사할까?
잰 걸음으로 산언덕을 단숨에 넘었다.
동네 가운데 우리 초가집이 보인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그냥 “엄마”하고 외쳤다.
그러면 어머니는 반가시며 안아주셨다.
이튿날 오후 집안일 돕다가
빈 자루에 쌀 두말 담아 주면
양어깨에 짊어 메고 소재지까지 걸어 나와
만원 시외버스 타고 수원 종로 종점에 내려
영화동 자취방까지 걸어왔다.
내일 학교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