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시육지 2018. 2. 1. 21:12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