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육지 2019. 12. 29. 04:36

의문 / 최병우

 

때로는 원인 모를 일들이

내 주변에서 나도 모르게

구름처럼 소리 없이 떠올라서는

곤혹스러운 처지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흘러가는 구름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고

밀려오는 파도를

내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세월이 그렇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며

우리에게 미치는 햇살도

어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던가

 

하지만 때론 나보다

누군가에게 더 필요한 시간

더 요긴한 바람, 더 간절한 햇살도

있을 게 아닌가.

 

내 것, 네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니

이를 받아 잘 키워 베푸는 것이

곱게 피어 향기 내는 삶이리다



(단상)

 내 것도 아닌데, 내 것 되어서 61년 동안 아들 되었던 손바닥만 한 책을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도지사상으로 받은 국한 사전 , 일등 제치고 이등인 내가 받았는지 그 연유를 아는 분은 지금 아니 계시다.

돌이켜보니  일등 친구의 그 여린 마음, 얼마나 아팠을까. 미안하구나. 나를, 털보 선생님을 몹시 미워했겠지

그 친구 만나면 속마음 어떻게 보여줄까. 이 책이 당 초 네 것이라고 말해줄까. 아냐, 나 혼자서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