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쇼핑

맨 처음 쇼핑 / 최병우

 

내가 처음으로 쇼핑을 해본 것은 1952년 초등학교 일학년 때다. 어느 날 방과 후 같은 동네에 사는 이학년 형을 따라 학교 근처에 있는 가게에 간 일이 있었다. 그곳엔 학용품도 과자 사탕도 과자도 있었다. 이학년 형은 익숙한 솜씨로 주머니에서 달걀 두 개를 꺼내주고 사탕을 사서 내게 한 개를 주고는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너도 사탕 사 먹고 싶으면 집에서 학교 올 때 달걀 꺼내 가지고 와“

"응. 알았어“

농가에서는 보통 닭을 기르고 있었기에 쉽게 대답을 한 것이다. 우리 집도 암탉이 네 마리 정도 인가 싶었다. 헛간 횃대에 매달린 둥지에다 꼬꼬댁 소리를 내며 매일 알을 세, 네 개씩 낳았다.

 

나는 가게에 가서 형처럼 달걀로 사탕을 사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어느 날 사다리를 놓고 둥지에서 달걀 한 개를, 다음날 또 한 개를 꺼내 짚단에 숨겨놓았다. 어머니에게 말해도 될 것인데 왜 내심 들킬까 봐 가슴이 두근대며 그렇게 했는지 알 수 없다.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섰지만 온종일 불편했다. 왜냐하면, 양쪽 윗주머니에 달걀이 하나씩 들어 있어 공부 끝날 때까지 알 깨질까 조심하느라 뛰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 끝나고 혼자 가게로 갔다. 내 눈에 띄는 것은 오직 사탕뿐이었다. 가게 주인이 서성대는 나를 보고 물었다.

“무얼 살 거냐?”

“네. 저거”

하며 나는 손가락으로 사탕을 가르쳤다.

 

불룩한 주머니를 보고 눈치를 챘는지 주인은 물었다.

“무얼 가져왔냐?”

“네. 달걀 두 개요”

“이리 주고 사탕 네 개 집어라”

 

얼른 사탕 네 개를 집어서 한 개는 입에, 세 개는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삼십 분 길은 그날따라 짧았고 경쾌했다. 어쩌다 어머니에게 드려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

나밖에 모르는 욕심꾸러기 막내! 아무리 일학년이라지만 왜 그리 철부지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