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지교(水魚之交)
수어지교(水魚之交)
‘수어지교’란 말이 있다. 물과 물고기의 관계라는 뜻으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매우 친밀한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생각하면서 어릴 때 연 날리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얼레에 실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연을 신나게 띄우던 그때를 말이다.
연은 얼레와 실로 연결되어야만 고공비행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날리기는 연과 얼레와 연실이 각기 제 역할을 잘 감당해야 성공할 수 있다. 만약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역할만 한다거나 싫어하는 역할이라고 기피 한다면 연은 하늘을 날지 못하고 땅바닥에 추락하거나 쓰레기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만약 연날리기에서 주체가 된다면 연, 얼레, 실 중에 어느 역할을 맡을까? 나는 얼레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고소 공포증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고소 공포증이 유별나게 심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사다리나 나무에 오를 때는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나는 당연히 얼레가 되려 할 것이고, 이에 응해준 연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둘의 관계를 표현할 것이다.
하늘과 땅으로 이어진 연과 얼레
오래전부터 그들은 질긴 실로 맺어진 친구였다.
높은 곳 무서워하는 날 대신 네가 하늘에 올랐고
낮은 곳 싫어하는 널 대신 내가 땅에서 실을 감고 풀었다.
높이 올라 멀어질 땐 팽팽한 실로 윙윙 밀담하다가
조용한 밤이면 도란도란 바깥 다락에서 마주 품고 포근히 잠들었다.
높다 우쭐함도 낮다 서운함도 없이 오직 줄 끊어질까 염려했던 너와 나는
이젠 영원한 수어지교(水魚之交)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