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육지 2020. 11. 19. 08:48

가을비

 

모두 떠난 들녘에

다하지 못한 그 마음을

하염없이 흩뿌려 본다.

 

그 심정 알기라도 하는 듯

반가이 고맙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어 차갑지 않은 가을비다.

 

한없이 길을 걷다가 보니

가슴 가득 차가운 빗물이 고이고

참았던 서러움마저 흘러내린다.

 

누가 이 길을 나와 걸어주길

바라지만 않고, 외로운 이여!

내 따뜻한 손 내밀어 주리라.

 

 

 

 

(단상)

가을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나뭇잎을 흩날린다. 가는 가을이. 오는 겨울이 어떻다는 건지 무표정해서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농사 철 다 지나서 논에 널린 볏단이 싫다는 데도 천둥소리 내며 쏟아지는 가을비. 반길 뉘 없는데 굳이 내리는 알 수 없는 너의 심사를 귀 기울여 들어본다. 내년 봄까지 월동할 마늘과 양파와 보리를 위해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