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떡국
시육지
2021. 2. 12. 23:10
떡국
설이 가까워 지면
쌀을 물에 불려 시루에 쪄
지게에 지고 동네 방앗간으로 가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가래떡을 뽑아왔다.
찐 쌀이 투입구에 들어가면
금세 두 줄기 가래떡으로 변신하여
양동이 물속에 잠깐 잠수하다가
일정하게 가위로 잘려 소쿠리에 올랐다.
집에 와서
따끈따끈한 그대로 잘라
엄마표 조청에 찍어 먹으면
하늘에 뜬 것 같은 즐거움에 발을 굴렀다.
가래떡이 굳어지면
손작두로 썰어 양푼에 담아
소뼈를 푹 고아 만든 사골 국물에
고명을 얹어 조금씩 끓여 먹고
화롯불에 구워 먹거나
말렸다가 뻥튀기 아저씨에게
튀겨 먹으면 가장 맛있는 겨울철 간식
그렇게 정월은 일 년 중에 가장 풍성했다.
정월 초하루
국수같이 길고
엽전같이 동그란 재물을 바라는
민속의 전통 따라
가족이 함께 모여 떡국을 먹는 것도
오늘이 벌써 일흔일곱 차례가 되었다.
올해엔 아쉽게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5인 이상 집합 금지명령에 따라
온 나라의 길거리가 한산한 설 명절
텅 빈 도로를 유유히 달려 성묘를 마치고
자식들을 일찍 제집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