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육지 2021. 8. 19. 21:42

모자(帽子)

 

인체에서

제일 꼭대기는 머리.

모자는 그 위라서.

게양대의 깃봉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하지만

봄엔 여인의 꽃

여름엔 농부의 그늘막

가을엔 단풍 객의 이름표

겨울엔 따뜻한 난로가 되어야 한다.

 

어쩌다.

무대 앞의 배우처럼

군중 앞의 연설가처럼

근엄하다가도 거만해질 것 같으면

 

김삿갓의 갓이나

존 웨인의 중절모보단

거수경례하기에 편리한

야구모자를 쓰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