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들길을 거닐며

시육지 2021. 12. 3. 10:19

들길을 거닐며

 

홍역 앓을 때

할머니 등에 업혀 지나던

들길 생각나서 노을빛

마주하고 홀로 그곳을 찾았다.

 

원두막 지을 기둥과 지붕 실은

마차 끌고 앞서가는 상머슴 순둥이와

앙증맞게 응석하는 송아지 재롱 뒤에서

아버지 힐끗 쳐다보며 느릿느릿 걷는다.

 

순둥이가 심심하여

동그라미 그리려고 꼬리 흔들 때

쇠파리들이 윙윙 소리 내며 춤추고

송아지는 어미 젖 찾아 품속을 드나든다.

 

고삐 잡은 아버지 손등을

움켜쥐듯 살짝 얹어 감싼 채

웅덩이 옆을 지날 때 보이던 연꽃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벼포기만 무성하다.

내가 떠나가면 그곳에

누가 벼포기 되어 열매 맺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