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거꾸로 보내는 편지5
시육지
2022. 1. 5. 20:48
거꾸로 보내는 편지5
남들이 모르는
당신과 나만의 기념일
행복의 초석이 된 잊지 못할 그 날들.
1971년 1월 1일
내 전보 받고 나와준 당신.
느닷없는 나의 결혼 프로포즈에
즉답을 피하고 돌려 말했지.
집에 가서 인사드리면 어떻겠냐고.
오! 진정 당신은 지혜의 여왕이었소.
같은 해 5월 16일
약혼식 올린 날이잖소.
오산 모 중국식당에서
양가 부모 친지에게 인사 올리고
약혼반지에 약혼 사진도 찍었지요.
같은 해 6월 29일은
참으로 놀랄만한 날인데 기억하오?
평택에서 묵호까지 그 먼 길을
시댁 들러 시부모께 인사드리고
기차로 밤새 달려온 당신이
묵호역 플랫폼에 내려 겁도 없이
나의 둥지까지 처음 향했던 날이잖소.
그 후 결혼식 준비로
잠시 떨어져 있을 때, 난
당신이 손수 만들어 창가에 걸어놓은
핑크빛 커튼의 진한 향기를 맡으며
11월을 기다리는 해바라기가 되었었다오.
그렇게 기다렸던 11월 13일
결혼식 올린 날, 당신 서운했지?
남들같이 신혼여행도 못 하고
시골집에서 힘들게 색시 노릇 하게 해서
그런데 뜻밖에 말이오.
이튿날 깨어보니 신기하게도
밤새 눈이 소복이 쌓인 것 기억나오?
길조라며 부모님께서 흐뭇한 웃음으로
축복해 주셨던 것을.
맞아요. 그 축복 없었다면
황혼에 누리는 이 행복 어찌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