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사과 반쪽

시육지 2022. 1. 13. 09:26

사과 반쪽

 

명절에나

겨우 먹어보는 사과

도르르 말린 껍질마저

서로 빼앗으려 마구 다투었다.

 

아침에 건네주는

칠십오 세 아내의 손길

어릴 때 생각하며 사과 반쪽을

껍질째 나누면서 부부의 뜻을 새겨본다.

 

맛이라면 으레 바나나이고

향기라면 은은한 모과이고

모양이라면 물방울 같은 석류일 진데

사과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반으로 자르면

한쪽은 둥근 봉우리

또 한쪽은 까만 눈에 달콤한 하트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마음 같아서일까.

 

그러나 그보다 더

만약에 아담과 하와도

반쪽씩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쪽은 원래 둘이 아니라 하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