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최 병 우
친척집에서 만난
십육 세 소녀 그녀는 천사 같았다.
맑은 눈은 별처럼 반짝였고
고운 눈동자는 예리하고 수정처럼 빛났다.
대리석 같이 매끄러운 오뚝한 코는
쉴 새 없이 고고함을 내뿜었다.
단발머리 속에 감춰진 귀는
바닷가 모래 속에 드러난 소라껍질 같아
내 작은 목소리도 얼른 알아듣는 듯했다.
티 없는 두 볼은 수줍음에 발 그래 했고
연 붉은 조그만 입술로는
참새 같은 재치와 비둘기 같은 지혜를
고은정 씨보다 더 곱고 명료한 목소리로
차분히 쏟아냈다.
그 때, 천사 같았던 그녀와
이별했던 아쉬움!
그녀의 어른들이 찾으러 오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빨리 헤어지진 않았을 것을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의 영롱한 모습은
열아홉 살 나를
한없는 꿈의 나락으로 이끌어 내렸다.
아! 이런 첫 만남이 인연이 되어
사십육 년을 같이 살게 될 줄이야.
지금까지 살아준 당신이 진정 고마워요.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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