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결혼 전)

첫 만남

시육지 2017. 6. 27. 23:47

        

첫 만남

 

              최 병 우


친척집에서 만난

십육 세 소녀 그녀는 천사 같았다.

맑은 눈은 별처럼 반짝였고

고운 눈동자는 예리하고 수정처럼 빛났다.

대리석 같이 매끄러운 오뚝한 코는

쉴 새 없이 고고함을 내뿜었다.

 

단발머리 속에 감춰진 귀는

바닷가 모래 속에 드러난 소라껍질 같아

내 작은 목소리도 얼른 알아듣는 듯했다.

 

티 없는 두 볼은 수줍음에 발 그래 했고

연 붉은 조그만 입술로는

참새 같은 재치와 비둘기 같은 지혜를

고은정 씨보다 더 곱고 명료한 목소리로

차분히 쏟아냈다.

 

그 때, 천사 같았던 그녀와

이별했던 아쉬움!

그녀의 어른들이 찾으러 오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빨리 헤어지진 않았을 것을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의 영롱한 모습은

열아홉 살 나를

한없는 꿈의 나락으로 이끌어 내렸다.


! 이런 첫 만남이 인연이 되어

사십육 년을 같이 살게 될 줄이야.

지금까지 살아준 당신이 진정 고마워요.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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