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김남조-
가을이 오면 당신을 따라 가겠습니다.
해바라기 씨앗 검게 여물고
이산 저산 솔바람에 곤충들 제집에 숨느니
꽃은 무덤에만 피고
가랑잎 불속에 던지며 던지며
도무지 제실 같은 마음
그리운 당신이여
이 사모를 길러 고이 당신께 드리기 위해
나는 태어났고 믿어 왔습니다.
당신이 낳으시던 날
당신 어머니께서 땀 흘리시고 이윽고 기뻐하신
그러한 수고와 기쁨이
당시과 늘 함께 하기를
그곳에 나도 있기를
가을이 오면 당신을 따라 가겠습니다.
내손에 이끌어 주시겠지요.
열손가락 낱낱이
지환처럼 당신의 사랑을 감아 주시겠지요.
마지막인양
모든 일이 귀하면서
첫시작인 듯
모든 일 공손하게
그리운 이여
지금은 우리가 떠나 있다 해도
머잖아 모든 슬픔을 잊을 것입니다.
내 두팔에 머리를 뉘이고
당신은 그날 편히 쉬십시오.
가을이 오면 당신을 따라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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