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심뿌리의 봄 / 최병우
내 고향 발산리 끝자락 작은 산
누가 지었는지 알 수없는 이름 육심뿌리
넓은 들판으로 길쭉이 엎드려있다.
올라서서 사방천지를 바라보면
멀리 산들이 하늘에 닿아있다.
노적봉, 세마대, 태미산
거기까지가 내가 알던 세상이었다.
따스한 봄날 두 손을 머리에 궤고
마른 잔디위에 누워 구름을 바라보다
나도 몰래 사르르 눈이 감기면
봄기운에 놀란 풀싹들의 숨소리가
쌔근쌔근 동심의 귓가를 두드렸다.
묘지 옆 마른 잔디위에
다정하게 피어난 예쁜 할미꽃
홍역 앓을 때 업어주셨던 할머니 생각나서
가만히 쓰다듬으며 쳐다만 보았다.
황구지천 건너 저 멀리 노적봉 아랫마을
옹기종기 모인 뚝배기만한 초가에서
점심때 굴뚝연기가 하얗게 솟아
화폭에 담 듯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짓궂은 비포장도로의 트럭먼지가
훼방을 놓았다.
소 몰며 논 밭 가는 농부들도
아낙이 광주리에 이고 온 점심을
마주앉아 잠시 쉬며 오순도순 먹는 시간
“이랴” 소리도 멈추고
온 들판엔 봄기운 만 완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