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초년))

육심뿌리의 봄

시육지 2018. 3. 21. 11:13




육심뿌리의 봄 / 최병우

 


내 고향 발산리 끝자락 작은 산

누가 지었는지 알 수없는 이름 육심뿌리

넓은 들판으로 길쭉이 엎드려있다.

 

올라서서 사방천지를 바라보면

멀리 산들이 하늘에 닿아있다.

노적봉, 세마대, 태미산

거기까지가 내가 알던 세상이었다.

 

따스한 봄날 두 손을 머리에 궤고

마른 잔디위에 누워 구름을 바라보다

나도 몰래 사르르 눈이 감기면

봄기운에 놀란 풀싹들의 숨소리가

쌔근쌔근 동심의 귓가를 두드렸다.

 

묘지 옆 마른 잔디위에

다정하게 피어난 예쁜 할미꽃

홍역 앓을 때 업어주셨던 할머니 생각나서

가만히 쓰다듬으며 쳐다만 보았다.

 

황구지천 건너 저 멀리 노적봉 아랫마을

옹기종기 모인 뚝배기만한 초가에서

점심때 굴뚝연기가 하얗게 솟아

화폭에 담 듯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짓궂은 비포장도로의 트럭먼지가

훼방을 놓았다.

 

소 몰며 논 밭 가는 농부들도

아낙이 광주리에 이고 온 점심을

마주앉아 잠시 쉬며 오순도순 먹는 시간

이랴소리도 멈추고

온 들판엔 봄기운 만 완연했다.

 


'나의 시(초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겉과 속 / 최병우  (0) 2018.03.29
자치기 / 최병우  (0) 2018.03.23
집으로 가는 길  (0) 2017.10.29
겨울 저녁 외양간  (0) 2017.10.22
재봉실 연   (0) 2017.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