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교문

시육지 2020. 8. 21. 00:33

교문 / 최병우()

 

빗줄기 사이로

아이들을 기다리는 교문

 

조그만 우산들이

물 위에 뜬 연잎같이

종알종알 빗소리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든다.

 

둘러맨 책가방 안에선

미래를 품은 씨앗들이

움틀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눈을 비비며 얼른 교실에서

피어나길 기대하는 학교길

 

너와 나 우리들의

꿈과 사랑이

설렘 안고 소담스럽게

교문으로 몰려든다.

 

 

 

교문 / 최병우()

 

아파트 창가에서

빗줄기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교문

조그만 우산들이 물 위에 뜬 연잎같이

조르르 조르르 머리를 맞대고 모여든다.

 

짧아진 두 다리는

거북처럼 연실 흐느적흐느적

짊어 멘 책가방 서로 부딪치는 소리

까르르 소리 내며 미래의 문을 들어선다.

 

늦잠 깨워 밥 먹여서

학교 보내는 부모 마음 몰라도 돼

그땐 철부지라 나도 이해 못 했기에

대가 바라지 말고 잘 키우라 자부에게 잔소리한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진만 자꾸 찍어 대는 노심

잘 자라서 험난한 이 나라를 이끌어갈

훗날 그들의 행복한 나라를 꿈꾸어 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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