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포용

시육지 2020. 12. 6. 01:19

십여 년을 겪으며

네게서 닮고 싶은 것은

너그럽게 감싸주는 깊음이다.

 

밟히거나 짓눌려도

당연한 듯 참아내고

구정물에 더럽히거나

흙탕물에 할퀴어도 오히려

불편할까 염려해 주는구나.

 

세수하여 뽀얘진 얼굴에

장맛비는 억세서 안 되고

눈보라는 싸늘하여 안 된다는

야멸찬 말도 없는 한결같은 꿋꿋함

 

가끔 내가 흔들리고

외롭고 지쳐 방황할 때면

변함없는 이 다리 위에 올라

난간을 잡고 마음을 다잡고 추스른다.

 

 

 

'나의 시(행정리 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지  (0) 2020.12.11
세 잎 클로버  (0) 2020.12.08
가을비  (0) 2020.11.19
가을의 기도  (0) 2020.10.23
가을밤  (0)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