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치약

시육지 2021. 2. 16. 10:57

치약

 

뒤란 우물가 옆

추녀 아랫벽에

나이순으로 걸려있는 칫솔

그 밑에 보기 싫은 와글와글 왕소금

 

그러다 어느 날

왕소금 옆에 갑자기 나타난

찌그러진 튜브 모양의

신기하고 이상한 가래떡 제조기

 

살며시 눌러

손끝으로 묻혀 맛보다가

등허리가 오싹하도록 놀랐는데

하늘을 찌를 듯한 박하 맛 때문.

 

조금씩 간식처럼

몰래 짜 먹으면서 즐기다가

식구들이 양치하는 걸 보곤 실망

 

그 후론 그때를

기다렸다가 듬뿍 묻혀 양치했다.

왕소금과는

지금까지 이별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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