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꽃
대추나무 이파리가
초여름 짙은 초록색 물들 때
눌린 보리쌀 모습 연초록 대추꽃도
밤하늘의 별처럼 올망졸망 피어난다.
이파리 속에 숨어
쑥스러워하는 모습 너무 촌스러워
네가 무슨 꽃이냐 물으면
부끄러움에 연실 제 몸을 흔들어댄다.
예쁨도 존재감도 없기에
측은히 여겨 동정하려면
슬픈 기색도 없이 바로 벌을 불러
꽃가루와 꿀을 태산 만큼 선물한다.
꽃잎 진 후 가뭄이 와도
굳건히 살아가는 대견한 모습
진하고 달콤한 향기 어느 누가 내며
차례상에 올리는 그 정성 어느 누가 좇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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