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을 엮으며 >
나이 들어갈수록 근력은 떨어지고
바다 같은 마음도 어디로 갔는가.
마늘 조금 엮어 달다 섭섭한 마음
자식이 몰라줘도 아버지가 아셨네.
갈라진 손가락을 헝겊으로 감고
그 많은 마늘을 엮어 추녀에 다셨네.
때맞춰 내 마음에 찾아오신 아버지
미워도 품어주는 부정(父情)을 알려 주셨다.
지난해 봄과 초여름은 유난히 가물어 마늘 농사가 시원치 않다. 씨알이 너무 작고, 소출도 예년에 비하면 반도 안 되었다. 그래도 큰아들이 식당에서 식재로 사용하여야 하므로 차곡차곡 다섯 개씩 짚으로 엮었다. 철없어 부모 마음도 몰라주는 불혹의 아들이 내심 못마땅했지만 넉 접이나 엮어 비닐하우스 그늘에 매달았다.
새벽부터 해가 거의 중천에 오를 때까지 허기진 배 참아내며 자식을 위해 일하는 부모에게 “아침 잡수세요.”라는 허튼 말도 안 하는 철부지들!
괘씸하고 고약했지만, 그냥 마음에만 품고 어쩔 수 없어 혼자서 눈시울만 적셨다.
초라한 내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옛 시절을 뒤돌아보다가 아버지의 마늘 엮으시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자식이 여럿 있어도 아버지는 혼자서 손가락이 갈라져 헝겊을 밥풀로 발라 감으신 채 그 많은 마늘을 쉴 새 없이 엮어 지붕 추녀 맡에 가지런히 달아매셨다.
육 남매를 기르시며 철없는 자식들에게 마음 상하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노라면, 미워도 또다시 용서하는 아버지의 그 길을 나도 지금 걷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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