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화리현리)

잡초

시육지 2017. 8. 8. 06:41


잡초 / 최병우

 

늦은 가을

스산함을 달래려

밭을 돌아보니

잡초만 무성하다.

 

내가

묵혀서인데

누굴 탓하겠는가.

 

추수 끝에

잘 다듬어 봄처럼

부지런히 농사지었더라면

 

이렇게 볼썽사납게

되진 않았을 것인데

 

불현듯 내 모습이

이와 같아 보이니

망설일 게 무엔가

 

주섬주섬 마음속 잡초를

서둘러 뽑노라니

뉘엿뉘엿 지는 해가

이제야 곱게 물이 드는구나.

 

 

늘그막에 숨어들어와 자라난 위선과 교만과 허구, 걱정과 근심과 두려움의 무성한 잡초!

지금껏 감당하기 힘들어 쫓아내고 꾸짖고 때려 봐도 소용이 없다. 마음 아파 뽑아내고 갈아엎어도 소용이 없다. 마음 아파 뽑아내고 갈아엎어도 소용없다. ! 이러니 기어이 낙심과 절망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마는 것 아닌가!

 

아니다. 염려하지 말고 지금부터 다시 묵은 마음의 밭을 갈아엎고, 인문학 퇴비도 하고, 독서로 양분을 공급하며, 묵상으로 토질도 높여보자. 마음에 곡식을 심고 가꾸어보자. 온유와 화평과 사랑, 배려와 감사와 섬김의 곡식을 잘 키워내 보자. 그러면 시기, 질투, 교만, 허영, 잡념의 잡초는 사라지고 희망과 기쁨과 평화가 오곡백과 무르익는 들녘처럼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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