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살짝 / 최병우
잠들기 전
태엽을 감아 머리맡에 두고
우레 같은 따르릉 소리에
새벽잠을 깨려했다.
그러나 얼마나 감았다 풀었는지
시계도 지쳐서 잠들어 버렸다
내일 새벽 비상훈련인데 큰일이다
안집에서
아내가 자명종을 빌려와
새벽시각 맞춰 머리맡에 두었다.
그런데 뜻밖에
귀 막고 손 더듬어 멈출 그 시각에
살며시 베토벤이 찾아와 노래했다.
아름다운 멜로디 엘리제를 위하여
살포시 살짝
나는 눈을 떴다.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자명종 소리에
'나의 시(수원 서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집 (0) | 2020.09.23 |
---|---|
당신에게 (0) | 2019.10.10 |
알람시계 / 최병우 (0) | 2018.04.30 |
꺽다리 초 / 최병우 (0) | 2018.02.12 |
양심 / 최병우 (0) | 2018.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