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귀 막힘 / 최병우
귀가 보배란 말이 있다. 인체에서 청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말이다. 그러므로 건강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나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거대한 청력 측정기로 여러 차례에 걸쳐 무료검사를 했던 적이 있다.
이 장비로 처음 청력검사를 한 것은 속초로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으러 갔을 때였다. 장충단공원에서 대한통운 트럭 적재함에 짐처럼 실려 대관령을 굽이굽이 넘어갔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청력이 측정되었고, 결과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 후, 초등학생 두 아들을 이웃에 맡기고 설악산에 단풍 구경하러 갔던 적이 있다. 관광버스를 타고 동창생들과 같은 길을 넘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땐 귓속이 약간 멍한 것 같았다.
그 뒤로 많은 세월이 지나고 두 아들이 대학교에 다닐 때, 두 녀석의 학비 걱정을 뒤로하고 교인들과 어울려 관광을 갔던 때가 있었다.
역시 관광버스 타고 그 길을 넘어갔었는데, 그땐 귀가 콱 막혀서 꿀꺽 침을 삼켜서 뚫었다. 그러나 환갑이 지난 후 아내와 이곳을 버스로 넘을 때는 귀에서 “삐”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답답하게 막힌 귀 문제를 해소하려고 침을 삼키고 헛기침을 반복해야 했다.
칠순이 넘어서 효도 관광을 갈 때는 산 밑 터널로 갔는데도 “윙” 하는 소리까지 겹치며 온통 모든 거시 정지된 것 같았다. 버스 속에서 꽝꽝거리고 울려대는 노래반주기 음악도 잘 안 들렸다. 침을 삼키고, 헛기침에 하품하고, 두 손바닥으로 귀까지 눌러 바람을 넣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 뒤에서야 겨우 뚫을 수 있었다.
팔십 세나 구십 세쯤에 이곳을 지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은근히 걱정된다. 그러나 염려하지 말자. 베토벤은 귀가 안 들릴수록 음악이 더 심오해졌고, 헨렌켈러는 귀는 물론 눈까지 안 보였어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까짓 장애쯤이야 걱정할 것이 무엇인가. 나에게는 아직도 누구 못지않은 희망과 열정이 있다. 그 어떤 장애와 난관도 이겨낼 힘의 원천은 희망과 열정이며, 이를 지닌 만큼이 그 사람의 정신연령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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