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초년))

삼 그루 판 / 최병우

시육지 2019. 3. 2. 03:03


삼 그루 판 / 최병우

 

6월이 오면 고향에서는

부지깽이가 뛰고

그림자도 일할 만큼

땀이 들녘을 적셔

희망이 푸르게 번졌다.

 

논배미에선 풍년 모내기

집 마당에선 도리깨 보리타작

밭에선 콩 파종, 들깨 모종

 

세 가지 농사가 겹쳐서

삼 그루 판이라고 부른

이때는 농부네들 열망이

쉼없이 가을 속으로 달린다.

 

돌아보면 그렇게도

힘들었던 그 시절이

이리도 그리운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땅이 원했던

착한 마음에서일 게다.

 

옛날 농촌의 6월은 일 년 중에 가장 분주했다. 논에서는 모내기하느라 허리가 휘었고, 밭에서는 앞 작물인 보리와 밀을 거둬 타작하고, 쟁기질로 밭두둑 만들어 뒷 작물인 콩을 심고, 수수와 들깨 모종을 하였다. 작황과 기상에 따라 이들이 겹치면 농가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농가에서는 흔히 이를 삼 그루 판이라 불렀다. 양잠 농가에서는 봄누에에서 여름누에로 넘어가는 시기이므로 한 그루가 더 있었다.


'나의 시(초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네들의 노래 / 최병우  (0) 2019.03.14
보리타작 / 최병우  (0) 2019.03.04
내 고향 들녘 / 최병우  (0) 2019.02.18
사진 속에 없는 사진 / 최병우  (0) 2019.02.03
별명  (0) 2018.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