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그루 판 / 최병우
6월이 오면 고향에서는
부지깽이가 뛰고
그림자도 일할 만큼
땀이 들녘을 적셔
희망이 푸르게 번졌다.
논배미에선 풍년 모내기
집 마당에선 도리깨 보리타작
밭에선 콩 파종, 들깨 모종
세 가지 농사가 겹쳐서
삼 그루 판이라고 부른
이때는 농부네들 열망이
쉼없이 가을 속으로 달린다.
돌아보면 그렇게도
힘들었던 그 시절이
이리도 그리운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땅이 원했던
착한 마음에서일 게다.
◆ 옛날 농촌의 6월은 일 년 중에 가장 분주했다. 논에서는 모내기하느라 허리가 휘었고, 밭에서는 앞 작물인 보리와 밀을 거둬 타작하고, 쟁기질로 밭두둑 만들어 뒷 작물인 콩을 심고, 수수와 들깨 모종을 하였다. 작황과 기상에 따라 이들이 겹치면 농가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농가에서는 흔히 이를 삼 그루 판이라 불렀다. 양잠 농가에서는 봄누에에서 여름누에로 넘어가는 시기이므로 한 그루가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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