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초등학교 일학년 때 보통리 저수지로 소풍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가 사진사에게 부탁하여 찍은 카드 반쪽만 한 흑백사진이 앨범을 뒤적이다 눈에 띄었다. 67년이나 흘러서인지 잿빛으로 변했고 심하게 구겨져 있다.
누이, 손위 조카, 육촌 형, 그리고 내가 있다. 누구보다도 수줍음에 촌티가 더덕더덕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도 내 또래 사람들은 어릴 때 사진이 귀한데 보물 같은 그 사진이 내겐 있다니 찍어준 사진사가 고맙기 그지없다.
빡빡머리에 볼록한 볼, 국방색 바지에 질끈 동여맨 헝겊 허리띠, 새 운동화에 바지선에 차렷 자세한 모습이 참 우습다. 뒤에는 흰 치마저고리에 고무신 신은 단발머리 누이와 여 조카가 긴장하고 서 있다.
철없는 나를 항상 보살펴 주셨던 어머니가 그립다. 사진에는 없지만, 앞에서 ‘웃어 봐’ 하고 손짓하는 어머니가 보이는 듯하다. 아내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아내도 나처럼 밝은 웃음을 무지개처럼 향긋하게 짓는다.
모두 70세 후반의 황혼에 접어든 동기간 들인데 멀리 있어 왕래도 드물다 보니 안부 전화라도 자주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