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
한강이 꽁꽁 언 것을 보니
내 고향 논도 빙판이 되어
베어낸 벼 밑동이 선명히 보이겠구나.
텔레비전 보는 것보다
송판과 철사로 손수 만든
썰매를 탈 그때가 더 행복했나 보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앉은뱅이 썰매, 외발 썰매
동네 사내아이들 모두 모인다.
누가 먼저 피웠나.
나무를 주워 피운 불에
젖은 바지, 젖은 양말 모락모락 김 서린다.
서쪽 산에 해가 걸리면
타던 썰매를 꼬챙이에 꿰어 어깨에 메고
야단맞을까 봐 조심조심 걸어가 내려놓는다.
모두가 떠나간
텅 빈 얼음판만이 외로이 남아
파인 상처를 쓰다듬으며 내일을 기다린다.
저만치 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