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미나리꽝

시육지 2021. 1. 26. 10:47

미나리꽝

 

우물가 아래

복사뼈에 걸리는 웅덩이

여남은 집 집성촌 마을의

오순도순한 들나물 저장고.

 

두레박으로 퍼서

쌀 씻고 나물 씻은 물과

남정네들 엎드려 등목한 물이

흘러가 모이는 작은 미나리꽝

 

멍석 반만큼 씩 나눠

, 두엄 펴서 곤죽 만든 후

냇가에서 미나리를 캐와

집 집마다 모심듯 살짝 심는다.

 

여름 되면

콩나물처럼 빨리 자라

뿌리만 남긴 채 베어내면

오이 크듯 해 빈자리가 금세 무성해진다.

 

식탁에 오른 미나리 물김치

석유 냄새난다고 투정했는데

식성이 변했나, 길들어졌나

눈치 주는 이 없어도 그냥 젓가락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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