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미움

시육지 2021. 1. 30. 07:08

미움

 

짹짹대는

참새의 모습이 귀엽다고

모이 주고 손뼉 치는 사람은

논둑에서 깡통 두드리고

훠이 훠이 소리지르는 심정을

아마도 모르겠지요.

 

삼 그루 판에 모종하여

여름 내내 밟고 다닌 수수밭에

논배미 벼 보다 한 달은 빨리

검자주색으로 탐스럽게 결실한

고개 숙인 수수 이삭을 한번 바라보세요.

 

아침나절엔 한두 마리였는데

저녁나절엔 수십 마리가 몰려와

옮겨 다니며 이삭 쪼아 먹는 참새떼

벼 이삭 익을 때까지 아직도 한 달

놔두면 빈 쭉정이만 남겨 놓는 얄미운 친구.

 

허수아비도 소용없고

일일이 망을 씌울 수도 없어요

미운 마음이 팥쥐처럼 들어도

콩쥐에게 맡기며 분을 삭인답니다.

벼농사 해충구제에 일등공신이라네요.

참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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