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짹짹대는
참새의 모습이 귀엽다고
모이 주고 손뼉 치는 사람은
논둑에서 깡통 두드리고
훠이 훠이 소리지르는 심정을
아마도 모르겠지요.
삼 그루 판에 모종하여
여름 내내 밟고 다닌 수수밭에
논배미 벼 보다 한 달은 빨리
검자주색으로 탐스럽게 결실한
고개 숙인 수수 이삭을 한번 바라보세요.
아침나절엔 한두 마리였는데
저녁나절엔 수십 마리가 몰려와
옮겨 다니며 이삭 쪼아 먹는 참새떼
벼 이삭 익을 때까지 아직도 한 달
놔두면 빈 쭉정이만 남겨 놓는 얄미운 친구.
허수아비도 소용없고
일일이 망을 씌울 수도 없어요
미운 마음이 팥쥐처럼 들어도
콩쥐에게 맡기며 분을 삭인답니다.
벼농사 해충구제에 일등공신이라네요.
참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