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거룩한 울타리

시육지 2021. 3. 25. 18:11

거룩한 울타리

 

아무도 모르게

손과 발이 되어주고

시린 등허리를 감싸주는 분

 

산에는 산성으로

바다에는 방파제로

하늘엔 구름 성으로

 

수영을 못하여

깊은 물로 미끄러져

빠져가는 순간 등을 밀어주었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어가는 세 식구를

낯선 사람 통해 구해 주었고

 

군 훈련 받다가

트럭과 함께 전복되었을 때

물 논바닥으로 살며시 받아 주었고

 

부주의로 불을 내

부대 전 건물이 모두 탈 위험에서

싸리 빗자루를 통해 불을 꺼 주었고

 

사람 가득 태우고

언덕 눈길 오르다가 시동 꺼져

미끄러지는 통제 불능 상태

어찌할 바 모르고 소리칠 때

어느샌가 나타나

대형 참사를 막아준 큰 울타리

 

인간이 만든 가장 긴

만리장성보다도 더 긴 울타리

보이진 않아도 지상과 천국 사이를

이어주는 거룩한 울타리가

오늘 하루해도 눈동자처럼 지켜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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