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고향 안마당

시육지 2021. 3. 12. 09:22

고향 안마당

 

땡볕 속에 낮이 가고

어미 소에게 꼴을 주고 나면

아버지의 모깃불 쑥 내음이

여름 저녁 안마당을 맴돈다.

 

수수깡 울타리 틈새로

자다가 깬 동쪽 샛별이

멍석 깔고 밥상에 둘러앉아

수제비 뜨는 숟가락을 기웃댄다.

 

안채와 바깥채 사이

여남은 평 추녀 위로

펼쳐지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이

물김치 국물 속에 들어와 반짝인다.

 

대대로 사시다가

먼저 가신 조, 부모님

자식 잘되라고 뒤란 장독대에서

치성 물 떠놓고 간원하셨던 모습

 

나이가 더 할수록

그리움은 점점 커가고

마음은 항상 고향 안마당

수수깡 울타리 밑의 분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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