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울타리
아무도 모르게
손과 발이 되어주고
시린 등허리를 감싸주는 분
산에는 산성으로
바다에는 방파제로
하늘엔 구름 성으로
수영을 못하여
깊은 물로 미끄러져
빠져가는 순간 등을 밀어주었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어가는 세 식구를
낯선 사람 통해 구해 주었고
군 훈련 받다가
트럭과 함께 전복되었을 때
물 논바닥으로 살며시 받아 주었고
부주의로 불을 내
부대 전 건물이 모두 탈 위험에서
싸리 빗자루를 통해 불을 꺼 주었고
사람 가득 태우고
언덕 눈길 오르다가 시동 꺼져
미끄러지는 통제 불능 상태
어찌할 바 모르고 소리칠 때
어느샌가 나타나
대형 참사를 막아준 큰 울타리
인간이 만든 가장 긴
만리장성보다도 더 긴 울타리
보이진 않아도 지상과 천국 사이를
이어주는 거룩한 울타리가
오늘 하루해도 눈동자처럼 지켜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