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떠나보내는 마음

시육지 2021. 5. 23. 22:03

떠나보내는 마음

 

이른 봄

논배미 한쪽 못자리에

볍씨 뿌리고 비닐 덮어

애지중지 싹 틔워 기른 여린 모

 

쪼그려 앉아 한 움큼씩 쪄

찰거머리 같이 늘어 붙은 질흙을

물속에 헹궈 털어내고 한 침씩 묶어

써레로 고른 논에 여기저기 던진다.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 마음 어쩔 수 없어

서봉산에 노을이 들 때까지

좌상 어른의 구수한 입담에 맞춰

못줄 따라 아픈 허리 연거푸 구부린다.

 

뿌리야! 활착하거라

이파리야! 너풀너풀 자라서

통통한 누런 벼 이삭으로

바다 물결처럼 사르르 출렁거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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