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는 마음
이른 봄
논배미 한쪽 못자리에
볍씨 뿌리고 비닐 덮어
애지중지 싹 틔워 기른 여린 모
쪼그려 앉아 한 움큼씩 쪄
찰거머리 같이 늘어 붙은 질흙을
물속에 헹궈 털어내고 한 침씩 묶어
써레로 고른 논에 여기저기 던진다.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 마음 어쩔 수 없어
서봉산에 노을이 들 때까지
좌상 어른의 구수한 입담에 맞춰
못줄 따라 아픈 허리 연거푸 구부린다.
뿌리야! 활착하거라
이파리야! 너풀너풀 자라서
통통한 누런 벼 이삭으로
바다 물결처럼 사르르 출렁거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