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맞 두레박

시육지 2021. 5. 23. 22:08

10. 맞 두레박+

 

푸른 논배미에

생명수를 기운차게 토해내는

전기양수기의 콸콸 소리

함석으로 만든 두레박이 생각난다.

 

겨우내, 봄내 모은 눈비

논두렁까지 찰랑찰랑했던 물

비 한 방울 소식 없더니

논바닥 물 전부 말라 자작거린다.

 

십리 길 황구지천에서

구불구불 봇도랑 따라

이 논 저 논 거쳐 간신히 왔지만

마지막 문턱에서 멈칫거리는 물.

 

천근만근 팔다리

두레박 줄을 마주 잡고

팔이 떨어지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밤새도록 퍼 올렸다. 물을

잊을 만도 하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함은

불효자식 사랑하는 부모님 생각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내기하다가 중간에 체인지  (0) 2021.06.20
첫 피사리  (0) 2021.05.31
떠나보내는 마음  (0) 2021.05.23
아버지와 건달산  (0) 2021.05.09
천둥 할아버지  (0) 20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