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맞 두레박+
푸른 논배미에
생명수를 기운차게 토해내는
전기양수기의 콸콸 소리
함석으로 만든 두레박이 생각난다.
겨우내, 봄내 모은 눈비
논두렁까지 찰랑찰랑했던 물
비 한 방울 소식 없더니
논바닥 물 전부 말라 자작거린다.
십리 길 황구지천에서
구불구불 봇도랑 따라
이 논 저 논 거쳐 간신히 왔지만
마지막 문턱에서 멈칫거리는 물.
천근만근 팔다리
두레박 줄을 마주 잡고
팔이 떨어지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밤새도록 퍼 올렸다. 물을
잊을 만도 하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함은
불효자식 사랑하는 부모님 생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