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피사리
오월 어느 날 이른 아침
피사리하러 가면서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피사리가 뭐예요?.
숨어있는 도둑을 잡아내는 거란다.
다리에 거머리 행전을 차고
맑은 물 일렁이는 못자리에 들어서니.
집게 뼘만 한 파란 모들이 사르르
호수의 잔물결같이 고갯짓하며 반가워한다.
이렇게 쪼그려 앉아 시선을 낮추고
동쪽 햇빛에 이파리를 비춰보아라.
간간이 노랗거나 붉고. 송송한 솜털에
약간 길쭉하고 단단하게 보이는 게 피란다
내 눈엔 안 보여도
골라 뽑아내시는 아버지의 손길
큰 논에 가서 모가 괴롬 당하지 않고
잘 자라 수백 배의 결실을 바라는 농심이다.
힘들고 귀찮아도
도둑을 연실 잡아내는 쉰 살 아버지 모습
오늘도 일흔일곱 내 마음에 들어와
손자 손녀를 위해 피사리를 꼭 해주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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