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 최병우
이십여 년 전
은행창구에서
팔십만 원을 송금했다.
입금확인서를 받은 후
차도를 건너 트럭에 올라
윗주머니를 만져보니
돈이 그대로 있다.
앗! 나의 실수였다
아냐, 창구아가씨의 착각이었지
섬뜩한 마음에
급히 달려가 돈을 건네주며
“정신 차려야지”라 했다.
그 때
발개진 소녀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다 은행엘 갈 때면
윗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중년의 그녀가 대견스러워
나도 몰래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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