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고목 / 최병우

시육지 2019. 9. 13. 23:14



고목

 

주름 깊게 팬 얼굴엔

세월을 품어 안은 이야기가

오늘도 생생하게 흘러나온다.

 

무성한 이야기로 그늘 만들고

보람으로 열매 맺던 그 시절은

지금의 여유를 위한 열정의 노래였으리라.

 

영원히 푸를 많은 이야기는

세월을 품은 넉넉한 미소로

오늘도 그리움을 찾아온 이들을 품어준다.

 

세월은 지난 것이 아니라

오늘도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

여전히 그 삶을 보듬어주는 고목이여.

 

 

<단상>

깊게 파인 얼굴에 주름진 잎 그늘 몇 개가 빛바랜 채 힘없이 나풀거린다. 무성한 잎사귀로 그늘 만들고 무수한 열매를 맺던 그 시절은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되었는가. 몸은 비록 주름지고 벌집이지만 대지에 깊이 뿌리 내려 물 크게 마시고 사방팔방으로 팔 길게 뻗어 싱싱한 잎 되어, 그 옛날처럼 햇빛을 친구삼아 앞으로 수백 년 동안 나그네의 그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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