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와 채 / 최병우
귀엽다고 살살 다룰 땐
비실비실 누워버리고
말썽부려 매정하게 다룰 땐
무작정 돌고 또 돌았다.
거침없이 찬바람 불어오는
냉정한 승부의 세상에서
앞뒤 돌아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돌고 또 돌았다.
그러나 내 속에서 도는
팽이는 따뜻하게 감싸는
채가 품어주는 사랑에 휘감겨
희망을 안고 돌고 또 돌았다.
오늘도 힘이 떨어질라치면
어디선가 나타난 사랑의 채찍이
슬며시 온 맘을 휘감아 주며
다시금 힘과 용기를 주곤 한다.
~단상~
귀엽다고 살살 매 맞을 땐 비실비실 누워버렸고, 말썽부려 매정하게 맞을 땐 고함치며 천방지축 나댔다. 얼음판에 쇠 구슬로 중심 잡고 잘록한 허리로 회오리바람 내며 시합마다 이길 땐, 교만하여 배은망덕을 지나 오히려 채에게 반항했다.
그러나 채는 내게 게으름 대신 열정의 동력을 주었고, 절망 대신 희망의 빛을 비추려고 아픈 팔 쉬지 않고 높이 쳐들고 있었다. 그 채는 지금도 내가 교만하고 무기력해질 때면 소리 없이 다가와 사정없이 내 가슴을 모질게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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