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행정리 후)

아내의 고백

시육지 2021. 1. 18. 01:32

아내의 고백

 

꼭 먹어보고 싶었죠.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반찬을 사러 갈 때마다

몇 번이고 쳐다보았습니다.

 

우리 식구 누구도

못 먹어본 귀한 바나나

한 개에 천팔백 원

우리 식구 한 끼 반찬값

 

아이들 학교에 가고

남편 출근했을 때

혼자 가서 거액 주고

몰래 사 먹었습니다.

 

수십 년 숨겼다가

남편에게 말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후련한걸

진작 고백할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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