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
삼 그루 판 지나고
장마철이 시작되면
여름 내내 툇마루에서
짧은 밤을 조각내어
손가락을 쉼 없이 놀려 대며
짚 멍석을 엮어댄다
낮에 김매느라 뻐근한
등허리와 무릎을 주먹 찜질하고
바위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서까래로 떠받치며 한 올씩 엮는다.
여름이 가기 전에 끝내야
가을에 벼, 고추 말릴 텐데
쉬지 않고 손 놀려도
오늘도 어제 그 자리인 것 같다.
마음은 벌써
영근 곡식이 멍석 위에
널려 온 마당이 가득한데
짧은 밤을 조각내려니 버거워지는구나.
차라리
내일은 온종일 비나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