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초년))

홍역

시육지 2018. 11. 8. 06:16



홍역 / 최병우

 

무서운 열꽃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던 초봄

 

셋이나 보냈는데

손자만은 지키시려고!

마음조이며 대문 잠그셨던

할머니

 

벽에 걸린 복조리가

흉한 가면 쓰고

이불 속 손자에게 덤벼들 때

악의 기운 막아서서

내 영혼을 애절하게

흔들어 깨우셨던 할머니

 

아픈 나를 달래주려

포대기 꼭꼭 둘러 등에 업고

죽지 말고 오래 살라며

간절한 소원 비셨던 우리 할머니

 

지난여름 무더위에도

할머니 산소에는

아직도 날 지켜주시려는

그 사랑이 꽃으로 피었다.

 

오늘

마을 모퉁이를 돌아서다

불현듯 들려오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가을바람에

그리움이

, 하고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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