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 최병우
무서운 열꽃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던 초봄
셋이나 보냈는데
손자만은 지키시려고!
마음조이며 대문 잠그셨던
할머니
벽에 걸린 복조리가
흉한 가면 쓰고
이불 속 손자에게 덤벼들 때
악의 기운 막아서서
내 영혼을 애절하게
흔들어 깨우셨던 할머니
아픈 나를 달래주려
포대기 꼭꼭 둘러 등에 업고
죽지 말고 오래 살라며
간절한 소원 비셨던 우리 할머니
지난여름 무더위에도
할머니 산소에는
아직도 날 지켜주시려는
그 사랑이 꽃으로 피었다.
오늘
마을 모퉁이를 돌아서다
불현듯 들려오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가을바람에
그리움이
뚝, 하고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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