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꽝
우물가 아래
복사뼈에 걸리는 웅덩이
여남은 집 집성촌 마을의
오순도순한 들나물 저장고.
두레박으로 퍼서
쌀 씻고 나물 씻은 물과
남정네들 엎드려 등목한 물이
흘러가 모이는 작은 미나리꽝
멍석 반만큼 씩 나눠
재, 두엄 펴서 곤죽 만든 후
냇가에서 미나리를 캐와
집 집마다 모심듯 살짝 심는다.
여름 되면
콩나물처럼 빨리 자라
뿌리만 남긴 채 베어내면
오이 크듯 해 빈자리가 금세 무성해진다.
식탁에 오른 미나리 물김치
석유 냄새난다고 투정했는데
식성이 변했나, 길들어졌나
눈치 주는 이 없어도 그냥 젓가락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