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행복 동트기 훨씬 전부터 당신이 걸어오는 발소리를 미루나무처럼 기다렸습니다. 밤새 휘몰아치듯 휩쓸고 지나간 비바람에 온몸을 떨었던 나의 절규가 당신의 잠결 베갯잇을 마구 흔들었겠지요. 이젠 괜찮아요. 다독여 주지 않아도 혼자서 방긋 웃을 수 있습니다 지금껏 당신의 발소리를 벗 삼아 꽃을 피우고 풀씨도 이렇게 맺었는걸 이보다 더 큰 행복 어디 있겠습니까. 새로운 시작 2022.02.25
나는 가을을 나는 가을을 만약 죽음을 맞을 계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면 나는 가을을 택할 것이다. 황금들녘 익어가고 산천초목 오색 단풍이 낭만을 뿜어내는 가을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다. 봄이 온갖 꽃향기로 여름이 시원한 그늘로 겨울이 하얀 눈꽃으로 끈질기게 유혹해와도 나는 추수의 풍요 속에 오색 단풍비단요 위에 누워 파란 하늘 뭉게구름 솜이불을 덮고 포근히 잠들 수 있는 가을을 택하리라. 그리곤 아침 안개처럼 날아갔으면 좋겠다. 새로운 시작 2022.02.21
겨울나무 백신 겨울나무 백신 텃밭 끝에 심은 허리 높이 어린나무가 겨울 백신주사를 맞고 나더니 애처롭게 울어대며 몸살을 한다. 영하의 칼바람과 돌같이 얼어버린 대지 위에 벌거벗은 몸으로 모진 한파를 외로이 견디며 심하게 몸살을 한다 참아낼 수 있을까. 살을 도려내는 듯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아궁이에 불쬐려다가 남쪽에서 날아올 따뜻한 봄 그리며 꺼졌던 생명을 강인하게 소생시킨다. 겨울아! 너는 원망의 대상이 아니라 감사의 대상임을 이제야 알았다. 나의 영을 굳건하게 하고 이해와 인내를 훈련하는 스승이구나. 새로운 시작 2022.02.20